대학 때 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함이란 대부분 비슷한 가정형편에 비슷한 관심도가 있는 사람이다 보니 친구가 되었다. 나는 중간에 군대를 갔지만 그 친구는 대학을 얼른 졸업을 해야 학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이유로 내가 복학했을 무렵 4학년인가 그랬다. 친구는 서글 서글하고 착한 친구였던 걸로 기억된다.
그 친구가 군대에가서 장교로 가게 되었는데 장교 생활이란 것이 월급도 많지도 않고 직업군이 도 아니고 하다 보니 또 직장 가면 돈 쓸 일은 많은데 월급은 왜 그리 작은지 그 느낌을 대부분 입사 5년 차 이내에서 많이 깨닫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마도 그 친구는 군대에 있을 때 다단계 마케팅하는 후배로부터 이 사업이 유망하다고 듣고 군대를 제대하고 서울에 있는 나와 다른 친구들을 찾아왔었다.
나는 퇴근 무렵에 친구에게 밥을 먹자고 했지만 무언가 부담스러운지 간단히 차만 마신다고 해서 던킨도너츠 가게에 가서 커피와 도넛을 사주었다.
친구는 찾아온 이유와 이 분야의 사업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다. 나는 적잖이 놀랐지만 친구를 당황케 할 수 없어서 이미 이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 직장 선배들에게 주의 당부를 들었기에 그냥 듣고만 있었다.
친구는 나에게 포장이 안된 비누 2개와 치약 1개를 팔고 계속 사용하는 소비재이니 이것이 다 떨어지면 다시 연락을 하라고 했다. 가격은 다른 것보다 싸지 않았다. 친구는 다른 거보다 품질은 높고 가격은 저렴하다고 했는데 실질은 가격은 비싸고 포장은 안되어 있었다. 사실 품질이 좋다는 것은 일정 부분 인정이 되었지만 그 품질로 꼭 그 제품을 구매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다단계 마케팅을 통해서 광고비를 절약하고 품질은 높이니 가격은 30% 낮고 품질은 50% 높다는 이론인데.. 가격은 비슷했고 품질은 느낌이 안 오니..
친구는 내가 사준 도넛과 커피를 마시고는 자기가 이렇게 좋은 품질과 제품을 소개해준 거에 대한 보답으로 커피와 도넛을 먹고 간다고 했다...????
나는 a4 흰 종이에 사진 비누 3개와 치약을 가지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앉아 있다가 퇴근을 했다.
그 이후로 친구들 사이에서 그 친구가 찾아와서 물건을 팔러 다닌다는 소문이 좀 돌았나 보다. 그날 이후로 그 친구와는 연락이..... 안 되었기도 했고 안 했기도 했다.
다단계 마케팅은 이론과 현실의 갭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직장생활 5년 차 이내에 주의해야 할 제일 대표적인 직업이 다단계 마케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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